2026.11
SONGPA HANSEONG BAEKJE MUSEUM
- Project
- 메인홀 전시 미디어 파사드
- Type
- 실내 전시 · 미디어 아트
송파 한성백제박물관 메인홀의 미디어 파사드는 흙과 불에서 빛, 바다, 구름으로 이동하는 이미지를 정방형 대형 화면에 펼쳐 보인다. 음악은 역사적 이미지를 직접 설명하기보다 화면의 물성과 메인홀의 깊이가 함께 느껴지는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역사를 재현하는 소리보다, 흙과 불에서 빛과 바다로 이동하는 공간의 감각을 만들었다.
박물관은 관람객의 이동과 대화가 계속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전환음이나 강한 고역은 전시의 흐름을 끊을 수 있다. 초반에는 저역 지속음과 입자감 있는 텍스처를 모아 무게를 만들고, 장면이 열릴수록 음역과 잔향을 넓혀 화면 밖까지 이어지는 개방감을 확보했다.
역사 전시의 음악은 쉽게 시대극의 문법으로 기울 수 있다. 이번 작업에서는 특정 시대를 직접 재현하는 악기나 선율보다 흙, 불, 물, 빛처럼 화면을 이루는 물질의 성질을 먼저 분석했다. 무겁고 불투명한 장면은 짧은 음역과 느린 움직임으로, 밝고 유동적인 장면은 넓은 배음과 긴 감쇠로 바꾸어 이미지의 이동을 소리의 상태 변화로 연결했다.
중후반에는 리듬과 에너지를 천천히 높이되, 개별 오브젝트의 움직임보다 화면 전체의 변화에 반응하도록 악센트를 제한했다. 마지막은 긴 감쇠로 정리해 영상이 끝난 뒤에도 공간의 잔향이 관람 동선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정방형 화면의 수직적인 움직임도 중요한 기준이었다. 이미지가 아래에서 위로 쌓일 때는 저역에서 시작한 레이어가 순차적으로 고역을 열고, 화면이 깊어지는 구간에서는 좌우 폭보다 잔향의 앞뒤 거리를 넓혔다. 평면의 크기를 키우는 데 머물지 않고 메인홀 전체가 하나의 입체적인 장면으로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박물관의 사운드는 한 번만 집중해서 듣는 트랙과 다르다. 관람객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영상을 만나고, 일부 구간만 들은 채 다음 전시로 이동하기도 한다. 어느 시점에서 들어도 지나치게 갑작스럽지 않도록 전환을 길게 연결하고, 반복 재생에서도 시작과 끝이 충돌하지 않는 음향적 여백을 남겼다.
완성된 음악은 대형 화면의 크기를 강조하면서도 메인홀을 압도하지 않는다. 낮은 음향의 바닥과 넓어지는 잔향이 장면 사이의 거리를 만들고, 관람객은 하나의 영상보다 변화하는 공간 안에 머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음악은 역사적 이미지를 해설하는 내레이션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화면의 물성, 건축의 깊이, 관람객의 이동 속도를 하나의 시간 안에 묶는다. 전시가 지나간 뒤에도 공간의 온도와 크기가 기억되도록 하는 것이 이 작업에서 사운드가 맡은 역할이었다.